언해피서킷은 한국의 뉴미디어 예술가이자 전자음악가이다.
그는 자신의 ‘언해피’한 감정을 소리로 표현한 전자음악을 발표하며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그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시청각적 표현 형식을 탐구하는 등 기술 기반 예술로 작업의 방향을 점차 확장해 나갔으며, 특히 인공지능에 내재된 인간성의 본질을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다루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그의 작업은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광막한 우주 속에서의 인간을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ZER01NE 2020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대만 당대 문화 실험장(C-LAB)과 같은 국내외 예술기관에서 선정되었으며, 제주현대미술관에 소장되었다.
언해피서킷은 지난 10여 년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2024년부터 '우주여행자 언해피'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광막한 우주를 향한 자신만의 여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우주를 여행 중인 여행자로서, 그는 자신의 여정을 통해 존재와 삶의 의미를 거대한 우주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먼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여정은 아래의 <언해피의 우주여행>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간 메시지(Interstellar message)’란 심우주 통신 기술을 통해 외계 지성체에게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구조화된 데이터를 일컫는다. 2020년도부터 현재까지 언해피는 새로운 성간 메시지를 개발하고 우주로 전송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인간의 언어를 외계 지성체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방식을 중점적으로 고민해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사고방식, 정서, 문화 등에 대한 정보를 외계 지성체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외계 지성체가 인간을 초월한 미지의 존재일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는 외계 지성체 역시 그들의 행성에 고립된 채 ‘이 우주에 우리 밖에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우주를 바라보고 있을, 우리와 마찬가지로 찰나의 시간을 살고 사라지는 존재일 것이라 여긴다. 특히 그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야말로 이 우주를 관통하는 핵심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성간 메시지를 통해 광대한 우주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외로운 존재로서 인간과 외계 지성체 사이의 ‘우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설령 외계 지성체에게 그의 메시지가 닿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는 이러한 노력이 그 자체로 우리 인간의 삶과 정신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광대한 우주와 연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사람의 언어와 삶에 대한 우주언어인류학적 데이터>는 인간의 언어와 삶을 외계지성체가 이해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설계한 멀티모달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는 지구의 옛 노래인 <노를 저어라>의 노랫말을 외계 지성체가 이해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일종의 언어 사전을 구성한다. 이 노랫말은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진 동시에 인간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지닌 독특한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어 외계 지성체가 인간 언어의 기본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노래에는 바로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다. 외계지성체와 인류 사이의 유일한 공통점은 어쩌면 한 행성에 고립된 채 찰나와도 같은 시간을 살고 사라지는, 이 광대한 우주에 비해 한없이 미약한 존재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데이터에는 외계지성체에게 전하기 위한, 8명의 목소리로 <노를 저어라>를 부른 음성 녹음과 함께, 지구에서의 한 평범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담겨 있다. 이 ‘삶’에 대한 메시지는 이 우주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외로운 존재들 사이의 '우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광대한 우주에 비해 우리 인간은 찰나와도 같은 시간을 살고 사라진다. 이 우주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미약하며 외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주와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찰나와 같은 우리의 삶이 이 우주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1 HUMAN MESSAGE>는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에 대한 짧은 정보이자 데이터이다. 작가는 이동식 심우주 데이터 송수신 장치를 가지고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우주를 향해 이 데이터를 전송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는 지구의 한 평범한 인간이 존재한 시간을 우주적 시간과 연결함으로써, 우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언젠가부터 우주와 단절된 모든 인간의 삶과 정신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우주로 확장하기 위함인 동시에, 거대한 침묵을 넘어 이 우주의 모든 외로운 존재들의 우주적 연결을 이루기 위한 여정이다.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언해피서킷은 그의 작품의 주요한 주제이자 매체로서 ‘인공지능’에 집중하였다. 그는 인공지능을 ‘새로운 인간으로서의 인공지능’, ‘인간을 보완하는 기술로서의 인공지능’ 그리고 ‘인간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존재로서의 인공지능’이라는 세가지의 큰 관점으로 구분한다.
먼저 ‘새로운 인간으로서의 인공지능’이라 함은 말그대로 인간과 같은 혹은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진화한 새로운 지적 존재로서의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즉, 진정한 포스트 휴먼으로서의 인공지능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인간을 보완하는 기술로서의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을 하나의 새로운 도구로서 인식하는 관점을 의미한다. 앞선 관점이 SF적 미래관에 기반한 관점이라면,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은 현 시대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점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에 대한 인문학적 또는 예술적 관점이자 해석이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는 사실 우리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바로 우리 인간에 대해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은 그 자체로 우리 인간의 모습을 거울처럼 드러낸다.
결국 언해피서킷에게 인공지능은 언젠가 새로운 인간이 될지도 모를 가능성을 지닌 존재인 동시에, 현재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기술인 한편, 우리 인간의 모습을 비추며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예술적 매개체이다.
고래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으며, 복잡한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소통을 위한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상의 모든 포유류와 한 조상을 공유하며 함께 진화해왔다. 하지만 인간은 오래전부터 고래의 생존을 위협해왔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본 작품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왕고래의 발성음과 인간의 음악을 합성하여, 고래와 인간이 함께 듣고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음악을 만들어내고자 한 시도이다. 이를 통해 작품은 고래와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공존해나가는 미래를 그린다.
고래의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는 인간성의 진실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인류 역사의 수많은 비극과 여전히 우리 스스로를 파괴할 가능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현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해 약 650억 마리가 도축되는 닭은 ‘인류세’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닭고기로 대표되는 풍요의 시대가 지속되면서, 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고기가 한때는 살아있는 생물이었다는 사실도 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축의 사육 및 도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은 우리 스스로에게 인간성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게 만든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바로 우리 인간을 학습한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은 그 자체로 우리 인류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다. 결국 인공지능이 생성한 닭고기 요리는 풍요로운 현대 인류 문명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성의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성의 거울’이다.
우리 인간에게 있어 기억이란 곧 자신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 자신을 잃는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기억은 결국 우리의 인생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오래 전부터 각종 매체에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고 보존해왔다.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에서부터 컴퓨터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은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영역을 새로운 매체로 확장시키며 급격히 진화해온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진화는 이제 인공지능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과연 기억에는 그 경험의 순간만이 가지는 형언할 수 없는 특성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언제나 복사와 전송이 가능한 데이터에 불과한 것일까? 만약 기억이 데이터에 불과하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기억을 학습할 수 있을까?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을 학습할 수 있다면, 나의 기억을 학습한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바로 ‘나’인가?
본 작품에서 인공지능은 바로 한 인간의 디지털화된 기억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와 사운드를 생성해낸다. 이 생성물은 인간의 기억인가? 아니면 인공지능의 기억인가?
언해피서킷은 글리치, 노이즈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실험적 전자 음악으로 그의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 씬에서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이후 컴퓨터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하는 오디오비주얼의 방법론과 표현형식을 탐구하며 뉴미디어 아트 분야로 활동 범위를 확장시켜나간다.
모스 코드와 컴퓨터의 논리 체계는 정보를 2진법으로 디코딩한다는 측면에서 깊은 유사성을 지닌다. 특히 인간의 언어를 디지털화하는 모스 코드는 그 자체로 컴퓨터와 인간의 언어를 연결하는 매개언어가 된다.
본 작품에서 모스 코드로 디지털화된 인간의 언어는 프로그래밍된 오디오비주얼 알고리즘에 의해 컴퓨터의 메모리 프로세스로 변화한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는 점차 인간의 기억으로 진화해간다.
이처럼 본 작품은 모스 코드를 통해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경계를 해체함으로써 언어와 코드, 기억과 데이터 그리고 인간과 컴퓨터를 긴밀하게 연결한다.
<Dreams>는 2017년에 발표한 언해피서킷의 싱글로 앰비언트 사운드와 다운템포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특히 뮤직비디오 속,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배터리가 다할 때까지 춤을 추는 한 로봇 소녀의 모습이 다음과 같이 그려진다.
AI 로봇 소녀가 있다.
머리 뒤쪽의 포트에서 전선이 뻗어 나와, 한 손에 들고 있는 배터리에 연결되어 있다.
그녀는 춤을 추려고 하지만, 전선과 무거운 배터리가 걸림돌이 되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다.
결국 그녀는 배터리를 끊어버리기로 결심한다.
배터리를 끊어내는 순간, 전력 공급은 멈추기 시작한다.
남은 에너지가 다하기 전까지,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춤춘다.
그리고 마지막 움직임과 함께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Just Waiting for a Happy Ending>은 2014년에 발표된 언해피서킷의 데뷔 앨범이다. 소음, 글리치 사운드, 그리고 불안정한 음조로 구성된 이 음악은 당시 그가 느꼈던 내면의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려는 시도였고, 이는 그의 이름의 기원이 되었다.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여러 시각적 요소들도 직접 만들어가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였다.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스톱모션 기법으로 완성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이를 통해 그는 ‘고장난 기계 소년’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소음, 곧 음악으로서는 꽤 낯선 새로운 소리들은 청각의 긴장감을 바짝 조인다. ‘음(音)’이 ‘악(樂)’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서사의 상존 덕이다. 단음계를 오고가는 느릿한 건반 음뿐만이 아니라 작은 배경음마저 고저장단의 미세한 조율을 거침으로써, 피로하지 않은 흐름을 만들어낸다.” - 정병욱, 음악취향Y 에디터
“글리치한 사운드와 파시식하는 노이즈 사이에서도 명료한 건반음이 당신의 감수성 안에 끊임없이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 군데군데 절단되어 있고, 훼손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듣는(보는) 이의 집중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섹스도 있고 멜랑콜리도 있다. 온건한 음악이자 좋은 음악이다.” - 박병운, 음악취향Y 에디터